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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유스페이스 환풍구 추락 참사

성남=이지은 기자·김승재 기자·김민정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0-17 14:57

-테크노밸리 축제중
언론사 이데일리가 행사 주관… 인기가수 공연 700여명 몰려
30대 회사원 "나도 환풍구 올라 보고 싶었는데 자리 없었다"

-관람객들 증언
"환풍기 위 막는 요원은 안보여…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사고 난 순간은 몰랐다"

사고가 난 경기도 분당구 삼평동 유스페이스 야외 광장은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넥슨코리아 등 IT 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당시 이곳에서는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언론사 이데일리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걸그룹 포미닛, 티아라, 정기고, 체리필터 등의 가수 공연이 열리면서 700여명의 직장인과 주민, 학생이 모인 상태였다. 무대는 광장 한쪽에 세워졌고, 그 앞으로 플라스틱 의자 수백개가 설치됐다. 그러나 공연 시작 전부터 광장 지하주차장 대형 환풍구 위에 30여명의 시민과 학생이 올라서 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목격자는 "걸그룹 포미닛 공연을 앞두고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몰렸고 공연장 바닥보다 높은 곳에 있는 환풍구 위에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했다. 공연을 관람한 회사원 김모(34)씨는 "환풍구는 지대가 높아 지정된 좌석 말고는 공연을 보기엔 최적의 장소였다"며 "나도 올라가고 싶었는데 공간이 없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사진동호회원이 찍은 사진을 보면 환풍구 철제 덮개는 인파의 무게 때문에 아래로 휘어 있었다.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추락 상황. /그래픽=김성규·김충민 기자 >

 오후 5시 53분쯤 포미닛이 마지막 곡으로 히트곡 '핫이슈'를 부르던 중 환풍구 덮개가 무너졌다.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30여명 중 25명이 18.7m 아래 주차장 지하 4층 바닥으로 추락했다. 한 목격자는 "공연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환풍구가 무너졌다"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봐도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환풍구가 무너지고 20~30초 후에야 (환풍구에 쌓였던 것으로 보이는) 뿌연 먼지가 올라왔다"고 했다.

행사장 근처 치킨집 주인(45)은 "환풍구 덮개 위에 남성들이 올라가 소리지르고 방방 뛰면서 환호하고 있었다"며 "내가 봐도 위험해 보였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행사요원들은 없었다"고 했다. 소방 관계자는 "환풍구는 철제 덮개 6개로 덮여 있었는데 이 중 가운데 2개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으면서 사람들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다른 목격자는 "당시 환풍구 위에는 직장인과 근처 고교 학생들, 학부모들이 섞여 있었다"며 "무대 사운드가 워낙 커서 사고 조짐 같은 것은 안 들렸다"고 했다.

사고 직후 소방대원 110명, 경찰 20명 등 총 140명이 출동해 추락한 25명을 구하러 들어갔다. 하지만 16명이 결국 숨지고 8명은 폐와 복부를 심각하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부상자 1명은 다행히 큰 부상을 면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판교 직장인이다. 부상자들은 현재 분당 차병원, 제생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추락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주최 측은 이 같은 사실도 모른 채 공연을 계속 진행했다. 공연했던 걸그룹 포미닛도 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었던 직장인 박모(45)씨는 "환풍구에서 10m 떨어진 곳에서 공연을 봤는데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며 "포미닛이 무대를 마치고 퇴장하자 사람들도 우르르 일어나 나가려고 했고 사회자가 사고를 알렸다"고 했다. 사고 발생 안내 방송이 나온 지 5분 정도 후에 소방대원이 도착했다.

목격자들은 애초 행사 진행자가 공연 시작 전 환풍구에 올라가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환풍구에서 내려오라고 했는데, 아무도 꿈쩍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행사 진행자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라고 말하며 환풍구 쪽 사람들은 위험하니 내려오라고 말을 했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행 사 안전관리가 부실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목격자는 "현장에서 스태프라고 쓰인 목걸이를 한 사람 몇 명만 봤을 뿐 안전요원 유니폼이나 눈에 띄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했고, 목격자 김지혜(34)씨는 "사고가 난 직후 환풍구 근처에 안전펜스나, 안전요원도 없었다"며 "연예인 출입 통로 외엔 이동에 제한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성남=이지은 기자·김승재 기자·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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